Post

반응형

한국의 거리를 거닐다보면, 어느 거리를 둘러봐도 형형색색 네온사인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대형 아파트 밀집지역 근처라면, 병원이든 학교든 슈퍼마켓이든 치킨집이든, 솔직히 말해 걸어서 20분내에 닿을 수 없는 편의시설은 거의 없을 정도죠. 치킨집이나 카페는, 정말로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외국의 거리, 특히 선진국이라고 평가되는 나라의 거리를 거닐다보면 생각이 바뀝니다. 분명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할 텐데도, 특별한 상권이 아닌 이상, 한국처럼 손쉽게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한국의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이러한 외국의 풍경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게도 불편하기도 하겠죠.

그런데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애초에 대형 아파트 밀집지역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수치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한국의 자영업자의 수가 일반적인 선진국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연히, 거의 모든 편의시설이 주거지에서 가까워지게 되는 겁니다.

 

INDEX

1. 우리나라는 실제로 자영업자수가 많은 편일까?
2. 왜 자영업자 수가 많을까?

3. 자영업자 수, 문제는 무엇인가?

 

 

 

1. 우리나라는 실제로 자영업자수가 많은 편일까?

 

자영업자의 비율은 대개 전체 취업자들 중 "자영업" 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비중을 통계낸 것으로, 이것에는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팩트를 먼저 말하자면, 2018년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25%, 즉 675만 명이 자영업자이거나 무급 가족 종사자인 비임금 근로자입니다. 

 

2018년 OECD 국가별 자영업자 비율

OECD국가 중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33.4%), 터키(32%), 멕시코(31.6%) 정도가 있으며, 낮은 나라로는 프랑스(11.6%), 캐나다(8.2%), 일본(10.2%), 미국(6.3%) 등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들은 자영업자 비율이 낮은 편이고,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참고로 OECD평균은 15.8%이며,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높은 25%이죠.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 수준 및 생활 수준이 개선되면 사람들의 요구수준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어,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하는 제품보다는, 보다 큰 기업단위에서 생산하는 규격화되고 품질이 보장된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 거죠. 그러므로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자영업자 비율은 낮아지는 법입니다.

 

 

 

2. 왜 자영업자 수가 많을까?

 

사실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1991년까지만해도 자영업자 비율은 점점 줄어들어왔고, 그 이후 90년대 초중반까지는 되려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이 상승 추세를 반전시킨 것이, 1997년 외환위기였죠. 외환 위기는 많은 대기업들이 파산할 만큼 큰 위기였고, 많은 자영업자들도 덩달아 도산했습니다.

 

1989년~2018년까지의 한국 자영업자 비율 추이

그 후부터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다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일반적인 선진국 평균에 비하면 줄어드는 추세가 약합니다. 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생계형 창업이, 외환위기 이후 늘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기업가활동 모니터(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의 "글로벌 리포트 2013"에 따르면, 한국의 생계업 창업 비율은 36.5%로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인 18.2%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고 합니다. 즉, 구조조정된 샐러리맨들이 생계를 위해 비자발적 창업전선에 내몰린 것입니다.

또 하나 추가타가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해서 누적되어 오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암적 존재 중 하나인, 청년실업입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전혀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문제죠. 이 청년 실업탓에, 청년들조차 취업길이 막혀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창업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강제적으로 창업하게 된 사람들 중 성공하는 케이스는 드뭅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생계형 자영업은 성공률이 낮아서, 보통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3명만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자영업자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데, 이렇게 너도나도 창업을 시도하니, 경제 규모나 인구에 견줘 자영업 종사자가 많아지게 됩니다. 이것은 보다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고, 망하는 케이스가 속출하게 되는 겁니다.

 

 

 

3. 자영업자 수, 문제는 무엇인가?

 

자영업자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불안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샐러리맨들은 경기가 나빠져도 월급이 안 나오거나 깎이는 경우는 드물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은 경기에 따라 들쑥날쑥입니다. 즉, 경기불황에 직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소리고, 또 그만큼 경제구조가 외부 충격에 약해져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자영업자는 부채를 끌어안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2018년 말 기준 1534조6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중 절반 이상을 675만명 밖에 안되는 자영업자들이 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총인구가 5,177만 명임을 가정할 때, 약 13%의 인구가 절반 이상의 부채를 끌어안고 있는 겁니다.

 

또 국가적으로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는데, 그것은 조세 회피 측면에서입니다. 자영업자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득을 신고한 후,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를 의도적으로 신고를 누락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국가 입장에서 소득 파악을 못하여 징세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지하경제를 키우게 되는 꼴입니다.

그리고 국내총생산(GDP)를 산출하는 것에도 영향을 줍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각 단계에서 추가되는 부가가치의 합으로 계산되는데, 자영업자들이 매출을 축소 신고하면, GDP 또한 축소 계산되어 버리고 맙니다. 

더보기
반응형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