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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고추의 매운맛을 느끼지 못한다
고추는 가지과 고추속으로 분류되는 식물로서, 그 과실이나 종자는 자극적인 향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중남미가 원산지이며, 그 매운맛으로 인해 향신료로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을 포함한 대다수의 포유류는 고추를 먹으면 맵다고 느끼지만, 조류만큼은 고추를 맵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사실 고추가 그 생식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에는, 이 사실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인간이 고추에 매운맛을 느끼는 것은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에 의한 것입니다. 다만, 인간의 입안에 있는 캡사이신 수용체는 원래 통각이나 고온 등에 반응하기 위한 것이며, 매운 맛을 느끼는 것은 유사적인 반응입니다. 바꿔 말하면, 캡사이신이 통증이나 열 등의 수용체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인간은 이를 매운 맛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고추에 매운맛 성분은 캡사이신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고추의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매운 맛이 느껴지기에, 야생동물들은 고추를 잘 먹지 않습니다. 즉, 캡사이신 수용체를 지니고 있는 포유류나 곤충 정도로, 이들은 매운 맛이 느껴지기에 고추를 먹는 것을 피하죠. 반면 조류는 지니고 있는 수용체 중에서는 캡사이신에 반응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 탓에, 조류는 고추를 먹어도 맵다고 느끼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음식물을 이빨로 부숴서 먹는 포유류와는 달리, 조류는 먹이를 그대로 삼켜버립니다. 고추 씨앗은 단단히 껍질로 뒤덮여져 있으므로, 조류의 체내에서는 소화되지 않으며, 그대로 분변으로서 배출됩니다. 그러니 고추는 씨앗을 지키기 위해, 이빨로 부숴서 씨앗까지 찌그러뜨리는 포유류보다는 통째로 삼켜서 씨앗의 원형이 보존되는 조류에게 먹히는 것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또한 조류는 보통 날아다니기 때문에 행동반경 역시 넓습니다. 따라서 조류는 고추를 통째로 삼킨 후, 바다를 건너 먼 지역까지도 고추 씨를 퍼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고추가, 조류에게 먹혀짐으로서 생식반경을 넓힐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근대에 들어와서는 포유류 중 하나인 인간이 매운 맛이 있는 고추를 먹기 시작하면서, 고추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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