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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위기 직전의 아이슬란드
2008년 9월,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에 의해, 아이슬란드 경제는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아이슬란드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3대 은행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은행들은 고금리 금융상품을 개발하여 해외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다시 미국의 고금리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렇기에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아이슬란드 은행들 역시 덩달아 파산 위기에 내몰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아이슬란드의 3대 은행이 진 부채는 무려 230조 원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었죠.
문제는 아이슬란드 경제에 있어서, 이 3대 은행이 그냥 파산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은행들은 국가 전체 GDP의 10배에 달하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들이 파산을 선언하면서 아이슬란드 금융 시스템의 85%가 붕괴했습니다. 국가 경제의 기초체급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부문만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다보니, 실물경제의 성장이 금융산업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가 차츰 누적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외화 차입으로 메꾸다보니, 금융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더욱 높아졌지요. 이렇게 높아진 의존도는 세계 금융 위기에 직면한 결과, 엄청난 리스크로 변했습니다.
2) 금융위기 당시의 아이슬란드
2008년 9월 29일에는 정부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글리트니르 은행(Glitnir Banki hf)의 지분 75%를 취득하여 국유화했고, 크로나 대 유로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10월 6일에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언하였고, 아이슬란드 의회는 아이슬란드 국내의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0월 7일에는 산업육성을 위해 란즈방키 은행(Landsbanki hf)을 국유화시켰으며, 10월 9일에는 당시 아이슬란드 최대 은행이던 카우프싱 은행(Kaupþing banki hf)을 국유화시켰습니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해, 10월 8일 아이슬란드 중앙 은행은 러시아로부터 40억 유로의 긴급 대출을 받을 것을 발표했지만, 위기는 수습되지 않았습니다. 10월 14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10월 27일에는 카푸 은행의 780억엔의 사무라이 채권(엔화 채권)이 사실상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아이슬란드 총리는 이에 대해 "민간 은행이었을 때의 문제이며, 현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공적관리하에 있으며, 최선의 조치가 취해질 것" 이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결국 신용평가회사인 피치(Fitch)는 5계단, S&P는 2계단, 무디스(Moody's)는 4계단씩 아이슬란드의 신용등급은 하락시켰습니다. 위기는 주식시장 역시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10월 8일 금융위기 공식 선언 이후 거래일 3일동안 주식시장 거래를 전면 중단하였으나, 10월 14일 거래가 재개된 직후 주가지수는 77.4%나 급락하게 됩니다. 아이슬란드 증시의 대표지수인 OMX Iceland15의 경우, 2008년 1월 3일 종가는 6144.06이었지만, 2008년 10월 31일에는 651.36으로 연초 대비 무려 89.4%나 급락하게 됩니다.
2010년 1월에는 정부관리하에 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국제적 배경이 있었는데,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아이슬란드 2위 은행이였던 란즈방키은행은 인터넷 자회사인 "아이스세이브(icesave)"를 통해 높은 이율로 영국과 네덜란드 고객을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10월 파산하고 아이슬란드 정부가 은행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예금인출을 동결시키고 맙니다. 이 때문에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예금자들이 예금인출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예금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자 은행을 대신해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의 고액예금자들의 부담을 떠맡아 자국민들에게 예금액 53억 달러를 대신 지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 정부는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의 예금지급금을 상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외국의 고액 예금자들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세금으로 구제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이 안건은 2010년 3월 6일 국민투표에 붙여졌으나 국민 93%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되었습니다. 이런 결정에 영국・네덜란드 정부가 지불을 요구하며 반발했습니다. 2011년 2월, 아이슬란드 정부는 다시금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했으나, 또 다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했고, 2011년 4월에는 또다시 이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는데 다시금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현재까지도 아이슬란드의 EU가맹이나 해외투자 유치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3) 금융위기 이후의 아이슬란드
미국에서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고, 대한민국에 있어서 IMF외환위기가 그러하듯, 아이슬란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습니다. 먼저 2009년 성장률이 -6.6%인 심각한 경제위축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아이슬란드의 실업률은 한때 9.2%에까지 치달았습니다. 인구 32만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는 850억달러 규모의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았습니다. 위기를 불러일으킨 "남성형 경영"에 대한 비판도 많았기에, 국유화된 란즈방키 은행과 글리트니르 은행에는 각각 여성 CEO가 취임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기축통화인 크로나화의 대폭락은 수입물가상승을 가져와,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와중에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흉이었지만, 동시에 아이슬란드가 직면한 위기상황을 타개할 기회로도 작용했습니다. 즉, 자국통화가 외환시장에서 싸진 것이었기에, 아이슬란드의 주력 수출품목이던 수산물 등의 수출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으며, 이에 경상수지는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수출액은 GDP의 59%를 차지할 정도로 커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2011년 1/4분기부터는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되었고, 이후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경제침체에 직면했던 그리스나 스페인과는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OECD는 과거 2011년 아이슬란드의 잠재성장률을 1.3%로 추정하였는데, 실제로는 아이슬란드의 2011년의 경제성장률은 2.9%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빠른 경제 회복세에 기인하여, 아이슬란드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었으며, 2012년 3월부터는 예정보다 빠르게 IMF 구제금융을 상환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통화약세는 관광업에도 크게 보탬이 되었습니다. 2011년도에는 약 56만명의 관광객이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2010년도에 비하면 약 16%는 증가된 숫자였습니다.
이러한 수출확대 및 관광객 증가로 인해, 2013년에는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맛보게 됩니다. 2016년에는 관광객수가 약 180만명까지 크게 증가했고, 경제성장률도 7.2%에 도달하게 됩니다. 통화방어를 위해 실시했던 자본규제는 2017년 3월을 기준으로 해제되었으며, 해외투자 역시 다시금 자유화되었습니다. 2013년 시점에서도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EU와는 달리, 아이슬란드 경제는 EU평균을 상회하는 성장을 보였습니다.
4) 금융위기 극복방안 ① 자본통제정책
아이슬란드는 금융위기 당시, 다른 어떤 선진국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매우 강력한 자본통제정책을 펼쳤습니다. 먼저 다른 나라들이 금융위기 때 은행에 세금을 바쳐 되살린 것과 반대로, 아이슬란드는 3대 은행을 모두 파산시키고 국유화시켰습니다. 또 금융위기 직후 예금인출을 동결시킴으로서 급격한 자본유출에 제동을 걸었으며, 부도위기에 직면한 은행들에 대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회생시키는 대신 은행에 투자한 채권자들도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여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유도하였습니다. 결국 2007~2010년 사이에 실질 임금은 11%나 떨어졌지만, 아이슬란드 정부는 사회 보장 정책을 급격히 줄이는 대신 세금을 올렸습니다.
또 국가가 은행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채무를 탕감해줄 수 있었고, 이러한 대규모 가계부채 탕감으로 국민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어, 경제위기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력한 자본통제정책은 당연히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특히나 아이슬란드에 대한 투자자가 많았던 영국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자본통제는 2015년부터 점진적 완화 수순을 밟아왔고, 2017년 3월 14일부로 개인과 기업, 연기금 등에 대해 남아있는 자본통제가 모두 해제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본통제로 자본유출을 막는 극단적 방법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현시점에도 아이슬란드가 해외투자를 다시금 유치하는데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4) 금융위기 극복방안 ② 복지정책
일반적인 경제학 논리로는, 한 국가가 경제위기에 직면했을때는 복지를 축소하고 긴축재정을 펴야한다는, 이른바 "허리띠 졸라매기"가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떠받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은, 아이슬란드에서는 고리타분한 편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자생력 없는 부실은행이나 기업은 그냥 파산하도록 놔둬버리고, 국가 경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복지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이런 아이슬란드의 움직임은 당연히 온갖 비난을 받게 됩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 레이팅스"는 아이슬란드의 복지 확대 정책을 "이단의 위기관리 프로그램"이라며 디스했고, IMF마저 복지 예산 삭감을 강력하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아이슬란드가 시행하던 복지투자란, 정확하게 말해 "국민에 대한 투자"로 의료복지 확대, 실업 수당 집급 기간 확대, 가계 부채 탕감 등의 전형적인 복지 확대 정책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경제위기 전보다도 많은 예산을 복지에 쏟아부었으며, 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세금은 대부분의 고소득층과 기업의 법인세로 충당하였습니다. 복지 확대의 혜택을 본 일반 국민들은 이에 힘입어 다시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민간 소비가 차츰 활성화되고, 기업 역시 자연스레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이 살아나자 이것이 다시금 고용확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체를 재생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복지가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통념을 깨고, 오히려 복지가 일자리를 만들어주게 된 것입니다.
4) 금융위기 극복방안 ③ 통화정책
사실 아이슬란드의 독자적인 통화정책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됩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미 연방 준비위원회는 5.25%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0.25%까지 인하하며 적극적으로 경기침체 방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는 회원국의 이해관계와 물기관리를 중시하는 통화정책 목표이 있었기에, 정책금리를 4.25%에서 1%로 인하하는 미온적인 수준의 조치만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유로존에 편입되어 있지 않았던 덕분에, 18.00%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4.25%까지 대폭적으로 인하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금융위기 극초반, 아이슬란드 정부는 3대 은행을 국유화시켰고 강력한 자본 통제 정책을 동원해 해외로의 자본유출을 규제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 경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고, 달러 대비 환율이 급상승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 시점에서는 1달러 약 60크로네였던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화폭락으로 1달러 125크로네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크로나화 가치가 폭락하자 아이슬란드 정부는 크로나화를 유로화에 고정시키는 정책을 취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자율변동제로 돌아서게 됩니다.
애초에 당시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GDP의 13%에 불과했기에 외환 수요에 대한 대응과 자국통화 방어에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크로나화의 극심한 평가상승은 곧바로 수입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아이슬란드는 10%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보였습니다. 버거킹과 맥도날드마저 수입비용이 수직 상승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버거킹은 2008년 12월 31일부로, 맥도날드는 2009년 10월 31일을 끝으로 아이슬란드로부터 철수하고 맙니다. 이러한 크로나화 약세는 아이슬란드 경제 위기를 의미했지만 여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통화 가치 하락하자, 아이슬란드의 수출은 활성화되고 수입은 줄어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아이슬란드 크로나화의 평가가치는 크게 낮아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아이슬란드의 주력 수출 산업인 수산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며, 중・장기적인 경제회복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수입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싼 국내 소비가 촉진되는 데도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게다가 해외 관광객들의 아이슬란드 체류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물가가 비싼 아이슬란드라는 악명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기에 관광객 수도 크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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