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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공평한 무역"을 강조했었던 의장국이, 불과 3일만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것도 미국의 중재도 무시하고,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고도요.

 

일본판 위키페디아는 이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2019년 8월 25일 시점에, 이 사건에 관련된 일본판 위키페디아의 제목은 "日韓経済戦争 (2019年)", 즉 한일 경제 전쟁이라는 겁니다.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있는 한국판 위키페디아의 제목은 여전히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쟁에는 명분이 필요합니다.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그냥 깡패죠. 명분없이 전쟁을 하는 일은 국제 질서에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입니다. 결국 당장은 이득을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외신들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과 언론, 전문가들 역시 이번 조치가 실리적으로 일본에 유리하지도 않으면서 명분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고요.

그럼 일단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명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INDEX

1.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일본의 명분
2. 대한민국에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3. 결론

 

 

1.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일본의 명분

 

<번역>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영의 재검토에 대해
2019년 7월 1일


대외경제 경제산업성은,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 (이하,「외국법」)에 근거한 수출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는 관점에서부터,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에 대해 엄격한 제도의 운영을 실시합니다.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구축된 것이지만, 관계부처에서 검토를 실시한 결과, 한일간의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되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과의 신뢰관계하에 수출관리를 실시하는 것이 곤란해져 있는 것에 더해, 대한민국에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므로, 수출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려는 관점에서, 아래와 같은, 엄격한 제도의 운용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1. 대한민국에 관한 수출관리상의 카테고리의 재검토
오늘(7월1일)부터, 대한민국에 관한 수출관리상의 카테고리를 재검토하기 위해, 외환법 수출무역관리 령 별지 제3의 국(통칭「화이트 국가」)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삭제하기 위한 행정개정에 대해, 의견 모집 절차를 개시합니다.

2. 특정품목의 포괄수출허가로부터 개별수출허가로 전환
7월4일부터, 불화 폴리미이드, 리지스트, 불화수소의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 및 관련 제조기술의 이전(제조설비의 수출을 포함)에 관해, 포괄수출허가 제도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하고, 개별적으로 수출허가 신고를 실시해, 수출 심사를 받도록 합니다.

담당
무역경제협력국 무역관리과장 岩松
담당자: 山下、谷澤
전화: 03-3501-1511(내선 3241~5)
03-3501-0538(직통)
03-3501-5896(FAX)

 

<원문>

大韓民国向け輸出管理の運用の見直しについて
2019年7月1日


対外経済 経済産業省は、外国為替及び外国貿易法(以下、「外為法」)に基づく輸出管理を適切に実施する観点から、大韓民国向けの輸出について厳格な制度の運用を行います。


輸出管理制度は、国際的な信頼関係を土台として構築されていますが、関係省庁で検討を行った結果、日韓間の信頼関係が著しく損なわれたと言わざるを得ない状況です。こうした中で、大韓民国との信頼関係の下に輸出管理に取り組むことが困難になっていることに加え、大韓民国に関連する輸出管理をめぐり不適切な事案が発生したこともあり、輸出管理を適切に実施する観点から、下記のとおり、厳格な制度の運用を行うこととします。


1.大韓民国に関する輸出管理上のカテゴリーの見直し
本日(7月1日)より、大韓民国に関する輸出管理上のカテゴリーを見直すため、外為法輸出貿易管理令別表第3の国(いわゆる「ホワイト国」)から大韓民国を削除するための政令改正について意見募集手続きを開始します。

2.特定品目の包括輸出許可から個別輸出許可への切り替え
7月4日より、フッ化ポリイミド、レジスト、フッ化水素の大韓民国向け輸出及びこれらに関連する製造技術の移転(製造設備の輸出に伴うものも含む)について、包括輸出許可制度の対象から外し、個別に輸出許可申請を求め、輸出審査を行うこととします。

担当
貿易経済協力局 貿易管理課長 岩松
担当者: 山下、谷澤
電話: 03-3501-1511(内線 3241~5)
03-3501-0538(直通)
03-3501-5896(FAX)

 

상기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관련된 전문으로, 지금 일본측에서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 입니다.


①대한민국과의 신뢰관계하에 수출관리를 실시하는 것이 곤란해져 있다.
②대한민국에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1번 주장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신용못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나라를 신용하는 것과 그 나라의 수출관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수출관리를 하는 데 있어 한국 측이 잘 협조를 안해주거나, 한국의 수출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거나 해서,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단순히 관계가 나빠졌다고 해서 수출관리가 곤란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기 힘듭니다. 사실을 말하면, 관계가 나빠졌으므로 앞으로 수출관리가 곤란해질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해야 겠지요. 단, 주장으로서의 힘은 조금 약해지겠지만요.

2번 주장이야말로,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명분"의 백미입니다.

 

 

 

2. 대한민국에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발표는, 징용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닌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를 한번 믿어봅시다. 대체 무슨 사안이 있었길래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로부터 제외할 만큼, 부적절했을까요?

7월 7일 일본 후지 TV가 마련한 여야 당대표 토론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한국이 대북제재와 이에 연관된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징용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명확한데 무역관리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한국의 잘못이 무엇이며 정말 북한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별 사안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했습니다. 사실 아베 총리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이 북한과 관련이 있는지 밝힌 정치인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번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홈페이지에서는, 제3국을 경유해 북한에 대한 수출한 사안에 대해 행정처분을 실시한 결과를 게시하고 있습니다. 검색해본 결과, 총 5건이 적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북한에 대한 불법수출 행정처분 사례

이를 보면, 여기에서 유일하게 경유지가 적혀있지 않은 5번이 있는데, 아마 이것이 한국 경유일까요? 왠지 처분대상자의 이름도 한국 이름같기도 하죠? 이 사건에 대해 좀 더 파해쳐보죠.

8월 17일 아사히 신문의 보도와 뉴데일리의 기사에 따르면, 도쿄 에도가와구 소재 무역업체 "후소 일렉트로닉 앤 머시너리"의 전직 사장 A씨(41, 남)이, 위의 처분 대상자 둘 중 하나입니다. 그는 그가 과거 사장으로 있던 무역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물품들을 불법 수출했다고 합니다.

 

어디를 경유해서 실시했느냐가 중요한 부분인데, 조사해본 결과 그는 2017년 1월 오사카 남항에서 출발해 홍콩과 중국 다롄을 경유하는 화물선에 가구·세탁기·가스렌지·샴푸·알람시계 등 총 6.6t 분량의 상품(수출신고액 약 7300만원)을 실어 수출했다고 합니다. 

이름을 보면 이 전직 사장님은 한국인인 것 같기는 한데, 일본 경제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일본 국적이라고 합니다.. 재일한국인일 가능성이 있겠지만, 아무튼 불법수출 경유지로는 적어도 한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3. 결론

 

조사해본 결과, "②대한민국에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물론 재일한국인이나 한국 국적인이 중국이나 홍콩, 싱가폴을 경유해서 북한에 불법수출하여 행정 처분을 받은 예는 많았지만, 정작 화이트리스트에서 다루는 한국을 경유하여 북한에 수출된 케이스는, 2019년 8월 25일 현 시점에서는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죠.

이것으로 조금은 명백해집니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왜 아베 총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정치인도 어떤 부분이 북한과 관련이 있는지 밝히지 못했던 이유가. 왜냐하면 "②대한민국에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떄문이죠.

 

사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 라는 말은, 일본 입장에서 한국의 수출관리가 못미더우므로 제외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 첨단기기를 수출했다가 그게 북한으로 재수출되면 어떻게 책임지느냐, 가 일본 주장의 골자이죠.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되어, 다시 북한으로 재수출된 케이스는, 위에서 조사해본 결과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관리가 미흡하여, 자꾸만 북한으로 물품들이 수출되고 있는 지경이지요. 게다가 지난 5월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세계 200개 국가를 평가한 결과 한국(17위)이 일본(36위)보다 전략물자 통제 제도 등이 우수하다는 분석까지 내놓았습니다. 

 

만약 정말로 일본 정부가 북한으로의 자꾸만 물품이 불법수출되는 것을 막고 싶으면, 일본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들에게,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해야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실제로 대한민국 전략물자관리원은 26일 핵확산방지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 국가핵안보국과 유엔(UN) 안보리 결의 1540호(대량파괴무기 확산 금지에 관한 결의) 이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즉, 미국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를 신뢰하는데, 일본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면, 징용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닌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관리를 하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관두던가요. 어찌됐든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본은 정말 명분이 없는 시비를 걸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 링크

https://www.meti.go.jp/press/2019/07/20190701006/20190701006.html

https://www.asahi.com/articles/ASL1J7DCDL1JPTIL022.html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9/08/19/2019081900115.html

https://www.meti.go.jp/press/2016/08/20160826003/20160826003.html

https://www.meti.go.jp/press/2016/07/20160715004/20160715004.html

https://www.meti.go.jp/press/2016/07/20160715005/20160715005.html

https://www.meti.go.jp/press/2016/10/20161014005/20161014005.html

https://www.meti.go.jp/press/2018/02/20190208002/20190208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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